워킹맘은 출산도 다사다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막 결혼을 한 친구, 출산을 앞둔 친구, 같은 또래를 키워 나가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주변에서 흥미롭게 들어주고 블로그에 적어보라는 말에 시작해 봅니다.
임신하고는 출산까지 회사를 다니느라 바빠서 사실 뭘 제대로 해준 것 같지도 않은데 제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주 훌륭한 엄마로 저를 생각해주기도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회사는 그대 로고 저는 여전히 엄마라는 직업이 하나 더 늘어 바쁘디 바쁜 현생을 살아가는 여자인데 지금도 잘하고 있다 칭찬해 주니 힘든 와중 가끔은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아이를 키워나가는지를 기록해 볼 예정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특별히 알려드릴 노하우 같은 건 없는 것 같은데 맘카페에 글을 하나 썼더니 좋아요와 댓글이 좀 달리긴 했으므로 아주 쓸모없던 건 아니었나 봅니다.
나름의 기록이니까 우리 아이가 커서 나중에 보면 엄마의 일기를 훔쳐보듯 재미있을지, 엄마의 노고를 좀 알아줄지...
사실은 아이가 커서 잘되면
"이렇게 키웠다" 유세 좀 떨어보려고 적어봅니다.
◆ 아이의 태교
거슬러 올라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임신의 시작부터 아이의 첫 학습이라 하는 태교부터 시작합니다.
태교, 부담이 엄청 납니다.
태교 안해서 머리 나쁘면 어떡하지...?
아, 어떤 박사님은 태교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는 하셨지만 글쎄요. 상식적으로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을까 싶습니다. 엄마가 불안한 상황에 놓여서 심장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놓이는 상황에서 몸속에 같이 집을 트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의 심장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가?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아이도 잔뜩 긴장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런 점에서 저는 태교도 중요한 역할을 분명히 한다! 는 주의입니다.
그래서 저는 태교를 잘했냐고...?
물으시면 할 말이 없습니다. (침묵 숙연....)


회사가 너무 바빴고 아침잠이 너무 많은 저였기에 회사 출퇴근만으로도 매우 매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매일을 달려 지하철 패스를 찍고 다녔고 만삭임에도 이 정도 뛰어도 별 일은 일어나지 않는구나? 하면서 뛰어다녔죠.
지금까지도 저만큼 뛰어다니는 산모는 본 적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고요.
예상하셨겠지만 우리 아이의 태교는 책 2~3권이 전부였습니다. 갑자기 소리 내어 읽으려니 (그래야만 아이가 들을 것 같아서 말이죠) 목이 쉬었고 힘들었고 잠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태교는 저 멀리로....
하지만 먹고 싶은 음식과 잠은 최대한 충분히 자려고 노력했고 어떻게 보면 거의 생존에만 충실했던 것 같네요.
◆ 곱창 먹다 양수가 터지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출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휴가 들러갈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슬슬 인수인계도 해야 할 시간입니다. 회사를 떠날 생각을 하니 그저 즐겁고 신이 났습니다. 약 2주일 정도 남기고 들어가 그간 못했던 아이용품도 나도 좀 쉬고 출산가방도 싸두고 그럴 참이었죠. 사람들은 아쉽다며 줄줄이 저녁약속을 잡아 맛있는 것들을 사주기로 했습니다.
그날도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소곱창을 먹기로 하고 퇴근 후 식당을 찾았습니다.


곱창 굽굽 열심히 먹다가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 들렀다 나오는 길이었는데요.
띠로리 이 불길한 느낌은 뭐지?
갑자기 바지 속에서 물폭탄이 터지는 느낌이랄까요?
이러던 중 앉아서 곱창을 씹으며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이런 게 양수가 터진다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에 앉아계신 분은 남자였는데 실례지만 뭐 우린 이미 막역한 사이였기에 물었습니다.
양수가 터진 게 맞는 것 같답니다. 본인 와이프와 똑같다며 그만 먹고 일어나랍니다.
으잉? 그런가요. 신나게 먹고 있었는데... ㅠㅠ
◆ 응급출산의 위기
나와서 바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갑니다.
아무래도 정말 양수가 터진 것 같더라고요. 자꾸 밑에서 찔끔찔끔 무언가 새어 나오는 느낌도 들었고요. 남편에게 전화 콜, 다니던 병원에 콜.
병원은 나름 동네에서 큰 산부인과였는데 한 달이나 이른 출산이라 병원에서 출산을 진행할 수 없다고 합니다. 대학병원으로 가랍니다. 어쩌죠.
집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주르륵,
누가 보면 쉬야하는 줄 알았을, 아니 이건 분명 쉬야가 맞을 상황이... 레깅스를 타고 양수가 줄줄이 흘러내렸습니다. 조절이 안되는 폭포입니다.
늘 평정심을 가지던 저인데 ....
순간 어떡하지? 진짜 큰일 난 건가? 싶었습니다.


◆ 대학병원 방문
검색을 해보니 양수가 이렇게 일찍 터진경우 긴급 출산을 해야 하고, 저는 매우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표정은 여전히 평온-
양수가 없어지면 아이가 있는 공간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니 빠르게 아이를 꺼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긴급출산은 대학병원이 용이하기 때문에 남편이 오자마자 밤 10시가 다 되어 근처 유명하다는 아산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양수가 줄 줄이라 걸어 다닐 수가 없어서 휠체어를 타고 수속을 밟습니다.
그런데 분만실이 없답니다. 남편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물어보는데 휠체어를 탄 제가 짐이 됩니다. 그냥 나도 같이 뛸까 싶을 정도로 두 다리가 멀쩡한 삶에 감사를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휠체어 바퀴 굴리며 따라가니다 구석에 그냥 짱박혀 기다렸습니다.
결론은 수술실 없음.
응급차 불러 삼성병원으로 이동조치ㅠㅠ
◆ 긴급제왕절개
삼성병원으로 미리 연락을 해주신 터라 그곳에서는 일사천리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한시라도 빨리 아이를 꺼내야 할 것 같은데 이런저런 검사를 참 많이 합니다. (사실 지금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검사만 한 30분 했던 것 같아요.)
아이가 역아라는 소리는 마지막 산부인과 방문했을 때 들었긴 했었죠. 2주 뒤에도 아이가 그대로 위치해 있으면 수술날짜를 잡아야 하니 다음 방문하실 때 원하시는 제왕절개 날짜를 몇 개 가져오세요.라고 했었는데 여전히 우리 아이는 역아!
제가 너무 운동을 안한 탓이었을까요?🥹
일단은 결과대로 역아이니 제왕절개를 진행해야 하고, 간호사님이 질문을 시작합니다.
예정일은 언제인가요?
- 한 달 뒤요
마지막 음식 섭취는요?
- .....
◆ 마취가 불가능?
먹은 거요?
1시간 30분 전에 소곱창을.... 쩝
민망하지만 대답할 수밖에요.
정확히 마지막에 먹은 음식을 언제까지 어느 정도의 양의 무엇을 먹었는지를 물어보셨습니다.
그 이후로도 오시는 간호사님들 (검사실, 제모실, 내진실 등등) 마다 물어보시는 질문은 같았고 저는 앵무새처럼 1시간 30분 전 소곱창 섭취를 말씀드려야 했습니다. 좀 부끄러운 건 기분탓인가요?
결론은!!
음식을 먹은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전신마취 불가!
네? 제왕절개를 해야 하는데 마취가 불가라고요?
다음 이야기는 다음편에....


참고로 한번 써 내려간 글은 다시 읽지 않아 엉망일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상황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담겨 있었으면 좋겠고 실수는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